먼저 묻는다는 것, 질문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봅시다. 현대 철학자 가운데 하이데거는 누구보다 물음을 강조합니다. 인간 실존을 논할 때 그는 인간을 무엇보다 ‘물음을 던지는 존재’로 보고 있습니다. 하이데거가 물음을 강조한다고 해서 물음에 곧장 답을 제공해 주었다는 말이 아닙니다. 전통 철학의 문제가 곧장 답을 제공하려는 데 있다고 보고 하이데거는 제대로 묻고자 하였습니다. 손쉬운 답을 찾기보다 물음 속에 머물면서 물음의 길을 쉬지 않고 따라 걸어가는 방식이 그의 철학함이었습니다. 철학을 하려면, 제대로 생각을 펼쳐 가려면 물음 속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고 본 것이지요. 철학함도 여느 종교나 기도와 경전 읽기를 통해 경건한 삶을 살고자 애쓰는 것과 비슷합니다. 기도와 경전 읽기에 깊이 빠져 그곳에 머물 때 비로소 신비의 체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, 제대로 생각하려면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 속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.
-1강 질문하는 믿음 중에서